십자가에 달리신 왕 – 고난 가운데 드러난 구속의 영광
마가복음 15:21-32은 예수님께서 골고다 언덕으로 끌려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조롱을 받으시며 죽음의 길을 걸어가시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예수님께서 실제로 십자가에 달리신 역사적 사건이면서도, 동시에 인류 구속사를 완성해 가시는 거룩한 순간입니다. 십자가는 조롱과 수치의 상징이었으나, 예수님은 그곳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드러내셨고,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은 정확히 성취되고 있었습니다.
강제로 십자가를 진 사람 – 구속사에 동참한 시몬
본문은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시골에서 오는 길에 지나가다가 그들이 억지로 같이 가게 하여 예수의 십자가를 지웠다"(막 15:21)는 말로 시작됩니다. 예수님은 채찍에 맞고 극심한 고통을 당하신 끝에 더 이상 십자가를 지고 갈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었고, 로마 병사들은 곁을 지나던 구레네 시몬에게 십자가를 대신 지게 합니다.
시몬은 억지로 십자가를 진 사람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님의 구속 역사에 참여하게 된 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복음서에 명확히 기록되어 있으며, 그의 아들들 알렉산더와 루포 역시 초대교회 공동체에 알려진 인물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롬 16:13 참조).
이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는 자가 처음에는 억지일지라도, 결국 구속의 복을 누리는 자로 변화된다는 복음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도 삶 속에서 짊어지는 고난의 십자가가 처음에는 불편하고 원치 않은 것이지만, 결국 그 십자가는 주님과 동행하는 은혜의 통로가 됩니다.
조롱받는 왕 – 그러나 성경대로 이루어지는 구속의 길
병사들은 예수님을 골고다, 곧 ‘해골의 곳’으로 끌고 가고,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습니다(막 15:22-24). 그리고 예수님의 옷을 제비 뽑아 나누며,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패를 십자가 위에 붙입니다. 이는 로마가 그를 반역자로 여겼다는 의미이지만, 실상은 예수님의 정체성을 알리는 진실의 표지였습니다.
예수님은 좌우에 강도들과 함께 못 박히시며 죄인의 자리, 가장 비참한 자의 자리로 내려가십니다. 이는 이사야 53장의 예언 “그는 범죄자 중 하나로 헤아림을 받았다”는 말씀의 성취입니다. 예수님은 죄 없으신 분이시지만, 우리를 대신하여 죄인의 자리에 서셨고, 죄인과 함께 죽으심으로 완전한 속죄를 이루셨습니다.
이 장면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모든 일이 "성경대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비 뽑아 옷을 나누는 일, 죄인의 자리에서 함께 죽으시는 일, 조롱당하시는 메시아의 모습까지 모두가 구약 예언의 성취입니다. 인간은 조롱하고 거부했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단 한 치도 어긋남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십자가는 패배가 아닌, 약속의 성취이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구속의 정점입니다.
“자기를 구원하라”는 조롱 – 구속의 길을 끝까지 감당하신 예수님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지나가는 자들로부터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 자여, 네가 너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막 15:29-30)는 조롱을 듣습니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도 비슷하게 말하며, “남은 구원하였으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라고 비웃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침묵하십니다. 그분은 자신을 구원하지 않으셨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는 스스로 내려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에서 내려오셨다면 인류의 구속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조롱과 유혹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으시고, 끝까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순종의 길을 걸어가십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위해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전능하신 그분께서 무능한 자처럼 십자가에 달리신 것은,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는 구속의 본질이 곧 ‘자기부인과 순종’이라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그분의 침묵과 고난은 우리의 생명이 되었고, 그 고난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구원의 은혜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마무리
마가복음 15:21-32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는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구속사의 중심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강제로 십자가를 진 시몬, 조롱받는 왕의 모습, 끝까지 자기를 구원하지 않으신 예수님의 모습은 모두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이루어지는 현장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고난의 자리를 회피하지 않으셨고, 십자가 위에서 하나님의 뜻을 완전히 성취하셨습니다. 이 고난의 장면은 우리가 어떤 은혜로 구원받았는지를 깊이 깨닫게 하며, 오늘도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삶으로 부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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