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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행전

마가복음 15:42-47

by 파피루스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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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지내심까지 순종하신 예수 – 무덤 안에서도 계속되는 구속사

마가복음 15:42-47은 예수님의 죽음 이후, 그분의 시신이 어떻게 장사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라는 존경받는 공회원이 예수님의 시신을 정중히 수습하여 무덤에 모시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구속사가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이는 메시아의 고난이 단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장사됨이라는 과정을 통해 구속의 여정이 더욱 확실하게 성취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때가 저물었으매 – 시간 안에서 움직이시는 구속의 섭리

본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 날은 준비일 곧 안식일 전날이므로 때가 저물었을 때에”(막 15:42).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날, 해가 지기 전에 장례를 마쳐야 하는 유대인의 전통 속에서 이 사건이 긴박하게 진행됩니다. 유대 전통에 따르면, 해가 지면 곧 안식일이 시작되며 그 이후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예수님의 시신은 그 날 해 지기 전에 반드시 장례되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시간적 조건은 단순한 절차상의 이유만은 아닙니다. 이는 구속사가 하나님의 정하신 때 안에서 철저히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이 유월절의 어린양으로 드려지는 때와 정확히 맞물려 있었듯이, 그분의 장사됨 역시 율법의 틀 안에서 완전하게 성취됩니다. 하나님의 시간 안에서 구속사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단지 죽으신 것이 아니라, 장사되심으로써 인간의 가장 깊은 현실인 죽음의 세계 안으로 온전히 들어가셨습니다. 이는 단지 고난의 연장선이 아니라, 사망 권세 아래 놓인 인간의 처지를 철저히 짊어지신 사건입니다. 구약 예언에 따르면 메시아는 죽은 후 무덤에 묻히게 될 것이라 하였고(사 53:9), 예수님은 그 말씀을 성취하신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완전한 참여는 곧 부활의 정당성과 능력을 보증하는 전제가 됩니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 – 숨은 제자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

이 장면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아리마대 사람 요셉입니다. 그는 공회의원이었으며, 예수님의 제자라는 것을 그동안 드러내지 못하고 있던 자입니다. 그러나 그가 예수님의 시신을 요구하며 빌라도에게 찾아간 것은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당시 십자가에 달린 자는 가장 극악한 죄인으로 여겨졌기에, 그 시신을 돌본다는 것은 예수와 동일한 무리로 여겨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습니다.

 

요셉은 종교 지도자 집단의 일원이었지만, 그는 공회가 결정한 예수님의 죽음에 동의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보입니다(눅 23:50-51). 그는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는 자로서, 마침내 침묵을 깨고 믿음의 행동으로 나아갑니다. 그가 보여준 믿음은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된 신앙이며, 어쩌면 제자들이 도망가 버린 상황 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충성입니다.

 

구속사의 관점에서 요셉의 등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는 구약의 예언을 성취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사야 53:9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 무덤이 악인과 함께 되었으며 그의 묘실이 부자와 함께 되었도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죄인들과 함께 죽으셨지만, 장사는 부자의 무덤에 정중히 묻히시는 영광을 입으셨습니다. 이는 구속사 속에서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을 함께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은 가장 낮은 자리까지 내려가셨고, 동시에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영광스럽게 장사되셨습니다.

 

또한 요셉의 행동은 우리에게 주는 도전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불리한 상황에서 신앙을 숨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참된 믿음은 위기의 순간, 고난의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장례에 참여한 요셉은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구속사의 한 자리에 자신을 내어놓았습니다.

 

무덤에 장사되시다 – 구속사의 고요한 완성

요셉은 예수님의 시신을 받아 고운 세마포를 사다가 그것으로 싸서 바위 속에 판 무덤에 모십니다(막 15:46). 이는 당시 가장 정중한 장례 방식으로, 단순히 시신을 수습한 것이 아니라, 존귀한 자로 대우하며 묻은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이 장사되신 무덤은 "아직 사람이 장사된 일이 없는" 새 무덤이었다는 다른 복음서의 기록(요 19:41)과 합쳐볼 때, 구속사의 순수성과 독보성을 강조하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무덤은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장소입니다. 그것은 끝이며, 단절이며, 희망이 사라진 곳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무덤에 들어가심으로써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던 사망의 실체를 정면으로 껴안으셨습니다. 예수님의 무덤은 하나님의 아들이 죽음 가운데 들어가신 공간이며, 그 죽음조차도 구속의 여정으로 바뀌는 거룩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무덤 안에서 예수님은 말없이 기다리십니다. 고요하지만 결코 침묵이 아닌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구속사의 신비입니다. 인간은 죽음으로 끝나지만, 예수님의 죽음은 부활의 문을 여는 관문이 됩니다. 장사되심은 단지 절차가 아니라, 우리의 죽음을 대신 당하시고,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구속하신 예수님의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리고 본문 마지막에는 막달라 마리아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가 그 무덤을 지켜보았다고 기록됩니다(막 15:47). 이 여인들은 예수님의 죽음을 끝까지 지켜보았고, 무덤까지 따라갔습니다. 이들은 곧 부활의 증인으로 세워질 자들이며, 구속사의 증거를 가장 먼저 보게 될 이들입니다. 하나님은 결코 그 사랑의 자리를 끝까지 지킨 자들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마무리

마가복음 15:42-47은 단순한 장례 기록이 아니라, 구속사의 중요한 완성 과정입니다. 예수님은 죽으셨을 뿐 아니라 장사되심으로써 우리의 죽음까지 대신하셨고, 인간의 가장 깊은 두려움 속으로 들어가 주셨습니다. 아리마대 요셉은 조용한 믿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되었고, 여인들은 침묵 속에서 그 믿음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죽음 이후에도 하나님의 구속은 계속되고 있으며, 무덤조차도 생명을 준비하는 하나님의 도구가 됩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장사됨이 얼마나 정교하고도 은혜로운 구속의 역사인지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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