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위에서 완성된 구속 – 죽음으로 열어주신 생명의 길
마가복음 15:33-41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시는 장면으로, 구속사의 중심을 이루는 순간입니다. 흑암이 온 땅을 덮고, 예수님은 하나님께 부르짖으시며 숨을 거두십니다. 그 죽음과 동시에 성소의 휘장이 찢어지고, 백부장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고백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죽음이 아닌, 인류를 위한 완전한 속죄와 구속의 성취를 선포하는 사건입니다.

어두움이 덮인 세상 – 창조를 되돌리는 듯한 고난
오정부터 제삼시까지, 즉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온 땅에 어두움이 임합니다(막 15:33). 이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창조 세계 전체가 하나님의 아들이 죽어가는 사건 앞에서 동요하고 있다는 구속사적 상징입니다. 어둠은 심판과 슬픔의 표징이며, 동시에 인류의 죄악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배경이 됩니다.
창세기에서 빛으로 시작된 창조 세계는, 지금 예수님의 죽음을 앞두고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는 죄로 인해 깨어진 세상의 모습이며, 그 어둠 속에서 예수님은 인류의 죄를 온몸으로 짊어지십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시간은 유월절 어린양이 잡히는 시간과도 일치합니다. 구약의 유월절 양의 피로 장자가 죽음에서 보호받았던 것처럼, 이제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모든 인류를 위한 어린양으로 드려지고 계십니다. 그분의 죽음은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심판을 끝내고, 구속을 완성하는 전환점이 됩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 절규 속의 신뢰
오후 세 시,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어 말씀하십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막 15:34). 이 말씀은 시편 22편의 첫 구절로, 메시아의 고난을 예언한 시의 시작입니다.
예수님의 이 부르짖음은 단순한 절망의 외침이 아닙니다. 이는 철저히 하나님과 단절된 자리에 서신 고난받는 종의 기도이며, 동시에 그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이라 부르며 끝까지 신뢰하는 신앙 고백입니다.
예수님은 이 순간 인류의 죄로 인해 하나님과의 교제가 끊어진 단절을 체험하십니다. 이보다 더 큰 고통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끝까지 하나님께 향해 부르짖으십니다. 이는 죄로 인해 하나님과 멀어진 인류를 다시 하나되게 하기 위한, 가장 깊은 대속의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 예수님은 큰 소리를 지르시고 운명하십니다(막 15:37). 이는 예수님의 생명이 강제로 빼앗긴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내어주신 희생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구속사는 억지로가 아닌, 사랑과 순종으로 이루어진 사건입니다.
찢어진 휘장과 열린 고백 – 구속의 문이 열리다
예수님의 죽음과 동시에 성소의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집니다(막 15:38). 이 휘장은 지성소와 성소를 가르던 장막으로,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구분 짓는 경계였습니다. 그 휘장이 찢어진 것은 이제 예수님의 피를 통해 하나님께 나아갈 길이 열렸다는 상징입니다.
이 사건은 인류 구속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입니다. 대제사장만 1년에 한 번 들어갈 수 있었던 지성소의 장막이 열렸다는 것은, 이제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담대히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히 10:19-20).
그리고 그 순간, 예수님의 맞은편에 서 있던 이방인 백부장이 예수님을 바라보며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라고 고백합니다(막 15:39). 이는 복음서에서 처음으로 이방인의 입에서 나온 메시아에 대한 신앙 고백이며, 구원이 유대인만이 아닌 모든 이방인에게도 임하게 되었음을 선포하는 장면입니다.
또한 그 자리에는 멀리서 바라보는 여인들도 있었습니다. 갈릴리부터 예수님을 섬기며 따라온 마리아들. 이들은 십자가의 고통 속에서도 도망하지 않았고, 그 구속사의 마지막을 지켜본 증인들입니다. 하나님은 고난의 현장에 함께하는 이들을 기억하시고, 그들을 구속의 증인으로 세우십니다.
마무리
마가복음 15:33-41은 예수님의 십자가에서의 죽음이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철저한 순종을 통해 인류를 위한 구속을 완성하는 사건임을 보여줍니다. 어두움이 세상을 덮고, 예수님은 하나님께 버림받는 외로움 속에서 목숨을 내어주십니다. 그러나 그 죽음으로 인해 휘장은 찢어지고,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막힌 담이 허물어졌습니다. 백부장의 고백과 여인들의 증언은 이 구속의 은혜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임을 증거합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깊이 드러난 자리이며, 이 고난의 절정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생명의 길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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