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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행전

마가복음 15:16-20 주해 및 묵상

by 파피루스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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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당하신 왕 – 침묵으로 이긴 사랑의 왕권

마가복음 15:16-20은 예수님께서 로마 병사들에게 끌려가 조롱당하시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가시관을 쓰시고, 자주색 옷을 입은 채 '유대인의 왕'으로 조롱받습니다. 이는 인류가 메시아를 어떻게 오해하고 거부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이 조롱 속에서도 하나님의 구속사는 거침없이 진행되며, 예수님은 고난의 왕으로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십니다.

 

병사들의 조롱 – 인간 죄악의 집약된 표현

본문은 예수님께서 빌라도에게 판결을 받으신 후, 로마 병사들에게 끌려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군인들이 예수를 끌고 브라이도리온이라 하는 뜰 안, 곧 총독 관정 안으로 들어가서 온 군대를 모으고”(막 15:16). 이 장면은 단순한 체포 후의 절차가 아니라, 인류의 죄가 얼마나 잔인하게 하나님의 아들을 대했는지를 보여주는 구속사적 비극의 장면입니다.

 

병사들은 예수님께 자주색 옷을 입히고, 가시로 면류관을 엮어 머리에 씌웁니다. 자주색은 왕권의 상징이었고, 면류관은 왕이 쓰는 관을 의미하지만, 예수님께 씌워진 면류관은 고통과 수치의 상징이었습니다. 이들은 무릎을 꿇으며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고 외칩니다. 이는 경배가 아닌 조롱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인간의 죄악이 어떻게 하나님의 진리를 거부하고 왜곡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진정한 왕이심을 알지 못했고, 그 왕의 권세가 십자가에서 이루어질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조롱조차도 구속사의 예언된 한 부분으로, 예수님은 이 모든 수치를 감내하시며 우리를 위한 구속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십니다.

 

가시관과 자주 옷 – 메시아 왕권의 역설

예수님께 자주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씌우는 장면은 단순한 조롱의 퍼포먼스가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메시아 왕권의 역설적 선언이 되는 순간입니다. 인간의 눈에는 조롱과 수치이지만,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이 고난을 통해 예수님이 참된 왕으로 높임을 받는 전환점입니다.

 

가시는 창세기 3장에 나오는 저주의 상징입니다. 죄로 인해 땅이 저주를 받고, 가시와 엉겅퀴가 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가시관을 쓰셨다는 것은 인류의 죄와 저주를 머리에 짊어지신 상징적 행위입니다. 우리의 죄로 인해 생긴 저주를 예수님이 친히 머리에 쓰심으로,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 저주를 깨뜨리시고 자유를 주시는 구속의 행위를 시작하신 것입니다.

 

자주 옷 또한 왕의 옷이지만, 예수님께 입혀진 그 옷은 거짓된 경배와 멸시의 옷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옷은 아이러니하게도 예수님의 진정한 왕권을 상징하게 됩니다. 세상은 그분을 조롱했지만, 그분은 그 조롱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고난을 통해 진짜 왕의 길을 걸어가십니다.

 

침묵하신 왕 – 사랑으로 응답하신 구속의 주

군인들은 예수님의 머리를 갈대로 치고, 침을 뱉고, 꿇어 절하며 조롱을 계속합니다(막 15:19). 이 모든 수치와 폭력 앞에서 예수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며, 침묵으로 받아들이십니다. 이 침묵은 무력함이 아니라, 사랑의 절정입니다.

 

예수님의 침묵은 이사야 53장의 예언을 이루는 장면입니다.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으며…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과 같이 잠잠하였다.” 예수님은 자신을 방어하거나 저항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고난을 자발적으로 감당하십니다. 이 침묵은 고난의 끝이 아니라, 구원의 시작이며, 우리를 위한 속죄의 완성으로 이어지는 걸음이었습니다.

 

병사들은 그분을 다시 옷 벗기고 십자가에 못 박으러 끌고 갑니다(막 15:20). 예수님은 이제 조롱의 왕에서 구속의 왕으로, 수치의 자리를 지나 영광의 십자가로 나아가십니다. 이 침묵의 왕은 우리를 위해 말없이 죄를 지시고, 그 침묵 속에서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셨습니다.

 

마무리

마가복음 15:16-20은 예수님께서 병사들에게 모욕과 조롱을 당하시는 장면을 통해, 메시아의 고난과 구속사의 역설을 생생히 드러냅니다. 가시관과 자주 옷은 조롱이었지만, 오히려 메시아 왕권의 상징이 되었고, 침묵하신 예수님은 무력한 피고인이 아니라, 죄를 대속하시는 능력의 왕이셨습니다. 인류의 죄악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 순간에도,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정확히 진행되고 있었고, 예수님은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셨습니다. 이 고난의 장면을 통해 우리는 십자가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깊이 붙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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