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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선지서

이사야 53장 8절 강해 산 자들로부터 끊어지신 그리스도

by 파피루스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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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로부터 끊어지신 그리스도

이사야 53장 8절은 고난받는 종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시간적, 공간적, 신학적 맥락 안에서 깊이 있게 묘사하며, 그 죽음이 단순한 종결이 아닌 하나님의 구속 역사 가운데 치러진 의로운 희생이었음을 보여 줍니다. 본문은 역사적으로 외면받은 종의 죽음을 현실로 묘사하는 동시에, 영원한 생명을 여는 문으로 제시합니다. 신약의 그리스도께서 이 구절을 어떻게 성취하셨는지를 따라가면서 우리는 십자가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정의와 자비를 다시금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그는 곤욕과 심문을 당하고 끌려갔으나

"그는 곤욕과 심문을 당하고 끌려갔으나" 이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시작과 그의 불공정한 재판과 처형을 상징적으로 요약하는 구절입니다. '곤욕'(עֹצֶר, 'otzer)은 억제, 속박, 감금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예수님께서 잡히셨을 때부터 받은 억압과 강압의 분위기를 드러냅니다. 이 단어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박탈된 채 구속되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심문'(מִשְׁפָּט, mishpat)은 일반적으로 정의롭고 공정한 재판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그 반대로 부당한 판결이 이루어졌다는 역설적 문맥으로 이해됩니다. 예수님은 유대 공회와 빌라도 앞에서 여러 번 심문을 받으셨으나, 어떤 죄의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선고받으셨습니다. 요한복음 18~19장을 보면 예수님의 재판은 정치적 공포와 종교적 위선 속에 진행된 불의한 심문이었습니다.

‘끌려갔다’(לֻקָּח, luqqach)는 피동형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결정과 힘에 의해 이동되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님은 체포당하시고, 밤새 불법적으로 재판을 받으신 후 십자가 처형장으로 끌려가셨습니다. 그러나 이 끌려감은 단순히 강압적 억류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철저히 순종하신 메시아의 걸음이었습니다. 요한복음 10장 18절에서 예수님은 자신의 생명을 아무도 빼앗지 못하며, 스스로 버리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이사야 53장 8절의 표현과 정확히 맞물리며, 순종 속에 나타난 구속사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냅니다.

 

그의 세대 중에 누가 생각하기를

“그의 세대 중에 누가 생각하기를” 이 구절은 예수님의 죽음이 당시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았고, 진정한 의미로 이해되지 못했음을 암시합니다. '세대'(דוֹר, dor)는 단순히 한 시대에 살던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고방식, 가치관, 집단적 인식을 포함한 개념입니다. 당시 예수님을 보고 듣고 따라다녔던 많은 사람들, 심지어 그를 환영했던 무리들조차 그의 고난과 죽음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생각하다’(יֵשׁוֹעַ, ye’ashav)는 단순한 인지 이상의 깊은 묵상, 사유, 통찰을 뜻합니다. 이사야는 반문합니다. 누가 그분의 죽음을 단순한 참변이나 실패가 아닌, 하나님의 뜻으로서 이해했느냐는 것입니다. 고난당하는 메시아의 모습은 그 시대 사람들의 기대와 전혀 달랐습니다. 그들은 정치적 메시아, 세속적 구원자를 바랐기에, 조용히 끌려가는 종, 침묵하는 어린 양, 처형당한 그리스도의 모습은 도저히 메시아로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신약의 복음서에서도 제자들조차 십자가 사건 이전에는 예수님의 고난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난 예고를 듣고 그분을 붙들며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마태복음 16:22), 다른 제자들 역시 같은 혼란 속에 있었습니다. 이사야는 이 현실을 예언적으로 미리 선언합니다. 고난당하는 종의 죽음을 참된 구속의 길로 인식한 자는 극히 드물었고, 대다수는 그를 외면하거나 조롱했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십자가의 복음은 여전히 세상 사람들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미련한 것으로 여겨집니다(고린도전서 1:18). 진정한 믿음은 그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보고, 그 죽음 안에서 생명을 발견하는 은혜의 눈을 갖는 것입니다. 이는 오직 성령으로 말미암는 계시 안에서만 가능한 인식입니다.

 

그가 산 자들의 땅에서 끊어짐은

“그가 산 자들의 땅에서 끊어짐은 내 백성의 허물을 인함이었도다” 이 구절은 고난받는 종의 죽음이 전적으로 대속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명확하게 선포합니다. '산 자들의 땅'은 생존 세계, 이 세상의 삶을 의미하며, '끊어졌다'(נִגְזַר, nigzar)는 단어는 강제로 잘려나가거나 제거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고의적으로 제거된 존재, 의도적으로 배제된 존재로서의 그리스도를 가리킵니다. 단순한 죽음이 아닌, 단절과 단종, 인간 역사로부터의 배제를 상징합니다.

그런데 이 끊어짐의 이유가 무엇입니까? '내 백성의 허물 때문'이라는 말씀은 다시 한번 대속의 중심 개념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이 죽으신 것은 자신의 죄 때문이 아니라, 백성의 허물, 곧 이스라엘과 온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셨기 때문입니다. '허물'(פֶּשַׁע, pesha)은 앞서 5절에서도 나왔던, 고의적이고 반역적인 죄악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우리는 고의로 하나님을 떠났고, 그 결과 예수님께서 생명의 땅에서 끊어지셨습니다.

신약의 히브리서 9장 26절은 예수님의 죽음을 "자기를 단번에 제물로 드려 죄를 없이 하심"이라 말하며, 이사야의 예언을 확증합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무의미한 죽음이 아니었고, 죄인인 우리를 대신하여 죽으신 유일하고 완전한 제물이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산 자들의 땅에서 끊어지셨지만, 그의 끊어짐은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의 문을 여는 사건이었습니다.

이사야 53장 8절은 죽음이라는 사건을 단순히 끝이 아니라, 구속의 시작으로, 고난의 절정이 아니라 생명의 통로로 해석합니다. 이것이 복음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생명에서 끊어지셨기에, 우리는 생명에 다시 접붙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단절이 우리의 회복이 되었고, 그의 침묵이 우리의 찬송이 되었으며, 그의 죽음이 우리의 생명이 되었습니다.

 

결론

이사야 53장 8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구속사의 렌즈로 바라보게 하는 깊은 통찰을 줍니다. 그는 억압과 심문을 받으셨고, 끌려가셨으며, 아무도 그의 죽음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죽음은 우연이 아니었고, 실패도 아니었으며,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구속의 역사였습니다.

그가 산 자들의 땅에서 끊어지셨기에, 우리는 산 자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의 심문은 우리의 용서를 가져왔고, 그의 침묵은 우리의 고백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죄 가운데 끊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대신 끊어지셨기에, 우리는 하나님과 다시 연결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말씀 앞에 설 때, 단지 슬퍼할 것이 아니라 경배해야 합니다. 우리는 매 순간 이 대속의 죽음을 기억하며, 값없이 받은 은혜에 값진 순종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주님이 끊어지셨기에, 우리는 붙들렸습니다. 이 진리를 마음에 새기며, 그리스도의 생명 안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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