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서 드러난 진리 – 신문 받으시는 그리스도
마가복음 14:53-65은 예수님께서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에서 종교 지도자들 앞에 끌려가 신문당하시고, 결국 사형 선고를 받으시는 장면입니다. 거짓 증언과 불의한 재판 속에서도 예수님은 침묵하시다가 자신이 그리스도요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선포하십니다. 이 선언은 고난을 자처하는 용기이자, 구속사의 중심을 향한 결단입니다. 침묵과 고백, 조롱과 고난은 모두 구속의 계획 속에 담긴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불법 재판,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잡히신 후 곧바로 대제사장에게 끌려가시고, 모든 대제사장들과 장로들과 서기관들이 함께 모입니다(막 14:53). 이 재판은 밤에 은밀히 이루어졌으며, 유대 율법에 따르면 불법적인 절차였습니다. 당시 유대법은 야간 재판과 사형 판결을 금했지만, 그들은 이미 예수님을 죽이기로 작정하고 절차마저 무시한 채 판결을 강행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거짓 증언을 하였지만 증거들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막 14:56-59). 이는 그들의 계획이 인간적인 억지와 조작에 불과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왜곡된 재판조차도 하나님의 구속사를 멈추게 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불의한 법정에서 침묵하신 예수님은 인간의 불의함 속에서도 하나님의 정의가 어떻게 성취되는지를 보여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뜻을 이루십니다. 예수님의 침묵은 무력함이 아닌 절제된 권위이며, 진실을 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십자가의 때가 도래했음을 알기에 스스로 그 고난을 받아들이신 침묵이었습니다. 구속사는 인간의 정의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주권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침묵하시던 주님, 진리를 선포하시다
대제사장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네가 찬송 받을 이의 아들 그리스도냐?”(막 14:61). 이 질문은 예수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핵심이며, 사형 판결의 기준이 될 질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에 대해 드디어 침묵을 깨시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그니라 인자가 권능자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막 14:62).
예수님의 이 대답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구속사의 선포입니다. ‘내가 그니라’는 말씀은 출애굽기 3장에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하신 말씀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와 연결되는 신적 선언입니다. 또한 ‘인자’는 다니엘서 7장에 등장하는 영광의 존재로, 하나님께 권세를 위임받은 이로서의 메시아를 가리킵니다.
이 대답은 곧바로 예수님의 사형 선고로 이어집니다. 대제사장은 옷을 찢으며 “그가 신성모독을 하였다” 선언하고, 무리가 예수님께 침을 뱉고, 주먹으로 치며 조롱하기 시작합니다(막 14:63-65). 그러나 예수님의 선언은 구속사의 핵심을 드러내는 거룩한 자기 계시이며, 그 고백이 오늘 우리를 살리는 생명의 복음이 되었습니다.
이 장면은 진리의 고백이 고난을 가져오는 현실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고난을 통해 진리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복음의 역설을 선포합니다. 예수님은 단지 자신이 누구인지 증언하신 것이 아니라, 인류를 위한 구속의 문을 여는 열쇠를 넘기신 것입니다.
모욕과 고난, 그러나 구원의 통로가 되다
예수님의 대답 이후, 재판장은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그분을 모욕하고 폭행합니다. “어떤 사람은 그에게 침을 뱉으며 그의 얼굴을 가리고 주먹으로 치며… 하인들도 손바닥으로 치더라”(막 14:65).
이 장면은 인간의 죄성이 얼마나 깊고, 구속자가 어떤 수모를 감당하셔야 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침 뱉음을 당하시고, 손바닥으로 맞으며, 얼굴을 가리고 조롱당하십니다. 이는 선지자들을 대하던 방식이며, 예수님이 그들과 같은 하나님의 사자임을 암시하면서 동시에 더 크신 구속자의 길을 예고하는 장면입니다.
예수님의 침묵은 깨졌지만, 고난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와 모욕은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진 희생의 시작이었고, 예언된 메시아의 길이었습니다(사 53:3-7). 구속사는 이처럼 고난 없이는 완성될 수 없으며, 예수님은 그 길을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그분은 가장 낮은 자리까지 내려오셨고, 인간의 악한 손에 넘겨지셨습니다.
예수님의 고난은 단지 물리적 아픔이 아닌, 신적 존엄을 버리고 인간의 수치와 멸시를 기꺼이 감당하신 거룩한 헌신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구속이 얼마나 값진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를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마무리
마가복음 14:53-65은 예수님께서 종교 지도자들에게 신문을 받으시고, 결국 자신이 메시아이심을 고백하심으로 사형 판결을 받으시는 장면입니다. 이 사건은 인간의 불의와 배신, 거짓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이 어떻게 성취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침묵으로 불의에 응하시되, 결정적 순간에는 진리를 담대히 선포하셨고, 그 고백은 곧 고난과 죽음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수난은 단순한 억울함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구속의 문을 여는 순종이었습니다. 고난주간의 이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금 주님의 십자가 앞에 무릎 꿇게 하며, 그 고백과 희생 안에 있는 구속의 은혜를 붙들게 합니다.
'복음-행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가복음 15:1-5 (0) | 2025.04.05 |
---|---|
마가복음 14:66-72 주해 및 묵상 (0) | 2025.04.05 |
마가복음 14:43-52 주해 및 묵상 (0) | 2025.04.05 |
마가복음 14:32-42 주해 및 묵상 (0) | 2025.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