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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행전

마가복음 14:43-52 주해 및 묵상

by 파피루스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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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과 체포, 그러나 구속은 멈추지 않는다

마가복음 14:43-52는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가룟 유다의 배신으로 체포되시는 장면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버리고 모두 도망가고, 예수님은 홀로 남아 고난의 길을 시작하십니다. 그러나 이 비극적 사건 속에서도 하나님의 구속사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예수님은 스스로 그 길을 받아들이십니다. 인간의 연약함과 배신조차도 하나님의 뜻을 막지 못합니다.

입맞춤으로 다가온 배신 – 구속사에 쓰인 어두운 도구

예수님을 체포한 사건은 제자 중 하나인 가룟 유다의 주도로 시작됩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실 때에 곧 열둘 중의 하나인 유다가 왔는데… 그를 잡으려고 군중과 함께 왔다”(막 14:43). 유다는 사전에 예수님을 ‘입맞춤’으로 구별하겠다고 하였고, 실제로 그렇게 실행합니다. “내가 입맞추는 자가 그이니 그를 잡아 단단히 끌어가라”(막 14:44).

입맞춤은 유대 문화에서 존경과 친밀함을 상징하는 행위였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이 거룩한 행위를 배신의 도구로 사용하였습니다. 겉으로는 제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예수님을 넘겨줄 생각으로 가득 찬 상태였습니다.

이 장면은 구속사의 어두운 면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때때로 사람의 악한 의도와 선택마저도 구속의 도구로 사용하십니다. 유다는 자신의 의지로 예수님을 배신하였지만, 그것은 이미 구약에서 예언된 메시아 고난의 여정에 포함된 사건이었습니다(시 41:9 참조). 예수님의 고난은 배신과 함께 시작되지만, 그 배신조차도 구속사의 흐름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칼을 든 제자와 말씀하신 주님 – 고난을 자발적으로 받으시는 예수님

예수님께서 체포되실 때, 그 곁에 있던 자 중 하나가 칼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쳐 귀를 잘랐습니다(막 14:47). 요한복음에서는 이 인물을 베드로라 밝히고 있으며, 그의 열정은 이해되지만 예수님의 뜻과는 어긋나는 행동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무력 저항을 멈추게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강도를 잡는 것 같이 칼과 몽치를 가지고 나를 잡으러 나왔느냐… 그러나 이는 성경을 이루려 함이니라”(막 14:48-49). 이 말씀은 매우 중요한 구속사적 선언입니다. 예수님은 지금 당하고 있는 체포가 사람들의 계획이나 폭력 때문이 아니라, 성경, 곧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십니다.

예수님은 체포를 피할 수 있는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자발적으로 그 고난을 받아들이십니다. 구속은 강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철저한 순종과 헌신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예수님은 칼을 들지 않으시고, 오히려 체포당하시며 순순히 그 길을 걸어가십니다. 이것이 바로 구속사의 핵심이며, 우리를 위한 진정한 승리의 시작입니다.

모두 도망가다 – 흩어진 제자들 속에서 드러난 신실하심

예수님께서 체포되자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하니라”(막 14:50)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예수님을 따르던 자들이 모두 그분을 홀로 두고 떠난 것입니다. 이어지는 51-52절은 한 청년의 도망 장면을 덧붙여 그 비참함을 강조합니다. “한 청년이 벗은 몸에 고운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다가 무리에게 잡히매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하니라.”

이 익명의 청년은 전통적으로 마가복음의 저자인 마가로 추정되기도 하며, 그가 자신의 경험을 고백한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장면이 인간의 완전한 실패와 무기력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자들은 밤에 잠들고, 위기의 순간에 도망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결코 그들을 버리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홀로 남으셔서 고난을 감당하시며, 오히려 그들을 다시 부르실 부활을 준비하십니다. 구속사는 인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주님의 순종으로 완성됩니다.

마무리

마가복음 14:43-52은 예수님께서 배신과 체포, 제자들의 도망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어가시는 장면입니다. 입맞춤의 배신, 칼을 든 저항, 그리고 모두가 도망친 외로운 자리. 그러나 이 모든 흐름 속에서도 예수님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시며, 스스로 고난을 받아들이시고 구속사를 성취하십니다. 인간의 연약함과 불성실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구속 계획은 멈추지 않으며, 예수님의 순종은 인류를 위한 영원한 생명의 문을 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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