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 – 고난을 향한 구속사의 걸음
주님의 고난 속에 드러나는 배신의 현실
마가복음 14:17-21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유월절 식사를 나누시며, 자신을 배신할 자가 제자들 중에 있음을 밝히시는 장면입니다. “저물매 그 열둘을 데리시고 가서 앉으셨더니”(막 14:17). 어둠이 내리는 저녁, 예수님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한 가지 충격적인 선언을 하십니다.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 곧 나와 함께 먹는 자니라”(막 14:18). 그 자리는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니라, 고난과 배신의 시작점이었고, 구속사의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제자들을 큰 충격에 빠뜨립니다. 모두가 근심하며 “나는 아니지요?”라고 묻습니다. 이는 단지 유다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제자들이 그분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증거이며, 인간의 연약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배신은 단순히 한 사람의 죄악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하나님을 저버리는 대표적인 행위로 구속사의 어두운 현실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배신의 순간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이 모든 일이 “인자는 자기에 대하여 기록된 대로 가거니와”(막 14:21)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배신조차도 하나님의 구속사 속에서 예언된 일이요, 성취되어야 할 일임을 알고 계셨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위로입니다. 우리의 죄와 배신조차도 하나님의 구속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오히려 그 속에서 하나님의 뜻은 더욱 깊이 실현된다는 사실입니다.
함께 앉은 자의 배신 – 성찬 자리에 숨은 어둠
예수님께서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그가 나를 팔리라”(막 14:20) 하신 말씀은 매우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같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유대 문화에서 친밀함과 연합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주님을 배신할 자가 있다는 사실은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숨은 어둠, 곧 죄의 실체를 보여줍니다.
가룟 유다는 그 공동체의 일원이었고,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기적을 경험한 자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는 여전히 세상의 탐욕과 자기 뜻을 이루려는 욕망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는 결국 예수님을 넘겨주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지만, 예수님은 그것조차 구속사의 일부로 받아들이십니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얼마든지 주님의 뜻과는 다른 길을 택할 수 있는 인간의 이중성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으로는 자신만의 길을 걷고자 하는 내면의 배신이 우리 안에도 존재합니다. 고난주간은 바로 그 내면의 배신과 마주하게 하고, 우리가 다시금 주님의 십자가 앞에 설 수 있도록 초대합니다.
예수님은 가룟 유다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침묵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십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어두움 속에서도 자신의 구속 계획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완성해 가신다는 확증입니다.
기록된 대로 가거니와 – 구속사의 주도권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예수님은 “인자는 자기에 대하여 기록된 대로 가거니와”(막 14:21)라고 선언하십니다. 이 말씀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대한 전적인 신뢰의 표현입니다. 예수님은 고난을 당하시고 배신을 당하시지만, 그 모든 상황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 성취되고 있음을 말씀하십니다. 곧, 이 일은 사람들의 음모가 이끄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진행되는 일입니다.
구약 성경은 메시아의 고난을 예언하고 있습니다. 시편 41편 9절에서는 “내 떡을 먹던 나의 가까운 친구도 나를 대적하여 그 발꿈치를 들었나이다”라고 하였고, 이는 예수님의 이 상황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처럼 성경의 예언은 단지 문학적 상징이 아니라, 실제로 예수님의 생애 속에서 역사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배신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하나님 아버지의 계획 안에 모든 것이 있음을 믿고 담대하게 걸어가십니다. 그분은 인간의 배신에 매이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 배신을 사용하여 십자가의 길로 나아가십니다. 이는 우리가 고난 중에도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믿고 신뢰하며 걸어가야 할 이유입니다. 구속사의 주도권은 인간에게 있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 있습니다.
마무리
마가복음 14:17-21은 예수님의 고난이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기록된 말씀을 따라 철저하게 진행되는 하나님의 구속 계획임을 보여줍니다. 배신이라는 인간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예수님은 그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시고 담대히 걸어가십니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고난의 주도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믿고, 십자가의 길에서 흔들리지 않는 순종과 신뢰의 삶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고난은 하나님의 구속을 완성하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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