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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선지서

이사야 53장 2절 강해, 흠모할 만한 아름다움도 없도다

by 파피루스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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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땅의 뿌리, 거절당한 영광의 종

이사야 53장 2절은 구약의 고난받는 종 예언 가운데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지심과 겉으로 드러난 무력함을 가장 섬세하고도 깊이 있게 묘사하는 구절입니다. 이 본문은 신약의 예수님, 특히 그분의 탄생에서부터 십자가에 이르기까지의 겸손한 삶을 구속사적 관점에서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매력도 없고, 흠모할 만한 것도 없는 분이셨지만, 그분 안에 감춰진 구원의 영광은 세상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습니다. 이사야의 묘사는 예수님의 성육신과 십자가 사역을 가장 정확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처럼 (53:2 상반절)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본문의 시작은 매우 시적이면서도 묵직한 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연한 순”(נֵצֶר, netzer)은 어린 싹, 혹은 약한 가지를 뜻합니다. 강한 나무나 우람한 가지가 아닌, 부러지기 쉬운 어린 순이라는 표현은 메시아의 연약한 출현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는 곧 예수 그리스도의 낮고 겸손한 시작을 떠올리게 합니다. 예수님은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태어나셨고, 나사렛이라는 천한 지역에서 자라나셨습니다. 사람들 눈에 비천해 보이는 배경 속에서, 하나님의 구속사는 조용히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이사야는 이 연한 순이 “주 앞에서 자라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관점은, 비록 사람들 눈에는 아무 가치 없어 보일지라도, 하나님의 시선 아래에서 그분은 자라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밀한 계획은 언제나 겸손한 자리에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시작됩니다. 마치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일하심이 세상의 방법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라는 표현은 메시아의 등장이 척박하고 소망 없어 보이는 시대적 배경 위에 놓여 있음을 나타냅니다. 정치적 혼란과 영적 어두움이 만연하던 시대에, 한 아기가 태어나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간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눈에 너무도 연약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가, 온 세상을 살릴 생명의 나무로 자라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은 늘 그랬습니다. 불가능한 곳에서 가능을 시작하십니다.

고운 모양도 없고 흠모할 만한 아름다움도 없도다 (53:2 중반절)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음즉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움이 없도다”

이 구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외적 모습이 아니라, 그분이 취하신 낮은 자리와 멸시받는 위치를 드러냅니다. 여기서 “고운 모양”(תֹּאַר, to'ar)은 외형적 형태나 인상을 말하고, “풍채”(הָדָר, hadar)는 위엄이나 장엄함, 고귀한 외모를 뜻합니다. 이사야는 그 종의 외모나 겉모습이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음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권세 있고, 화려하고, 군림하는 왕을 기대했지만, 예수님은 나귀를 타시고, 종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이 묘사는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그분의 메시아적 정체성과 관련된 영적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기대처럼 정치적 해방자나 로마 제국을 무찌를 무력의 지도자로 오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분은 자신을 비우고 낮추시며, 섬김과 고난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세상의 눈에는 흠모할 만한 모습으로 비치지 않았습니다.

바울도 고린도후서 10장에서 예수님이 사람들 눈에 외모로는 약하고 말도 능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음을 언급합니다. 그러나 복음의 능력은 외형적인 매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온전한 순종과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이사야는 이러한 외형적 무력함 속에 감춰진 하나님의 참된 영광을 미리 본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세상 한가운데 살아갑니다. 멋지고 화려한 것에 매혹되며, 힘 있고 영향력 있는 존재에 끌리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여전히 연한 순을 통해, 마른 땅에서 자란 뿌리를 통해 일하십니다. 겸손과 낮아짐, 눈에 보이지 않는 순종과 희생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진정한 아름다움입니다.

감춰진 영광, 드러난 은혜

이사야 53장 2절은 인간의 시선으로 볼 때의 메시아와, 하나님의 시선으로 볼 때의 메시아를 명확하게 대비시킵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특별함이 없고, 오히려 흠모할 만한 것이 전혀 없지만, 그 속에는 온 인류를 위한 구속의 비밀이 감춰져 있었습니다. 이것이 복음의 역설입니다.

예수님의 겸손과 고난은 단순한 고행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시고, 하나님의 의를 이루기 위한 구속의 여정이었습니다. 빌립보서 2장에서 바울은 그리스도의 비하를 설명하며, 그분이 근본 하나님의 본체이시지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다고 말합니다. 그 낮아지심은 결국 하나님이 가장 높이신 이름으로 그를 높이신 구속의 중심입니다.

이사야가 말한 고난받는 종은 결코 실패한 종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낮아지신 구속자였으며, 그의 고난은 구원의 통로였습니다. 그분은 사람들의 흠모를 받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분은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인정을 구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외형적 화려함보다, 감춰진 영광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약하지만, 하나님의 말씀 안에 있는 생명의 진리를 붙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눈에 보이는 것에 좌우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뜻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 길은 때로 좁고 험할지라도, 결국에는 하나님의 영광으로 인도됩니다.

결론

이사야 53장 2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지심과 감춰진 영광을 동시에 보여주는 깊은 예언입니다. 연한 순과 마른 땅의 뿌리처럼, 예수님은 세상의 기준으로는 볼품없는 존재로 보였지만, 그 안에는 구속의 영광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고, 흠모하지도 않았지만, 그분이야말로 하나님의 팔이 나타난 구원의 중심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 앞에서 겸손히 서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외형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 숨겨진 진리를 붙드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스도는 지금도 연한 순처럼, 겸손하고 낮은 자리에서 우리를 부르시며, 그분과 함께 그 길을 걷기를 원하십니다.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지만, 진리와 생명으로 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는 이제 그분처럼 살아야 합니다. 감추어진 영광을 품고,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살아가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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